이 글은 저승넷이 AI와 함께 쓴 창작물입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CASE ID
HN-FIC-손해사-029012D
TYPE PATH
ROOT:/FICTION
DANGER
MEDIUM
LAST OPENED
17:57 KST
SOURCE
저승넷 AI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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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열람 주의
민 과장님은 지금도 사고 사진을 받으면 사람부터 셉니다.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왼쪽, 오른쪽. 입술만 달싹이면서요. 처음엔 그냥 오래 일한 사람 버릇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저도 그렇게 세요.
저는 경기 남부에 있는 손해사정 법인에서 1년 2개월 일했어요. 손해사정사라고 하면 보험회사 직원인 줄 아시는 분이 많은데, 대부분은 보험사에서 사고 조사를 위탁받는 법인 소속이에요. 사고가 접수되면 경찰 사진, 견인 기사 사진, 블랙박스, 병원 기록이 한꺼번에 저희한테 넘어와요. 하루에 사진만 몇백 장을 봐요. 그중에 제일 먼저, 제일 기본으로 확인하는 게 몇 명이 타고 있었느냐예요. 사람 수가 곧 돈이거든요. 한 명마다 대인 보상이 따로 나가니까요.
오늘은 제가 그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처음으로 얘기해 보려고 해요. 사람 이름이랑 회사, 지역은 조금씩 바꿨어요. 날짜는 그때 쓰던 업무 수첩을 보면서 맞췄고요.
민 과장님은 그 법인에서 13년째 대인 사고를 맡던 분이었어요. 말수가 정말 적었어요. 신입인 제가 뭘 물어봐도 대답이 한 문장을 안 넘었어요.
이상한 버릇이 몇 개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닫히기 전에 안에 있는 사람을 세요. 소리는 안 내고 입술만요. 회식이 끝나면 방향이 같은 사람이 있어도 절대 차에 안 태워 줬어요. "뒷자리가 좀 불편해서" 한마디 하고 혼자 가셨죠.
한번은 과장님 차에 서류 상자를 실어 드린 적이 있는데, 뒷좌석 가운데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더라고요. 아무도 안 앉은 자리에요. 제가 풀려고 하니까 과장님이 제 손목을 잡았어요. 세게요.
"짐이 쏠려서 채워 둔 거야. 그냥 둬."
입사 첫 주에 과장님이 규칙을 세 개 알려 줬어요. 업무 매뉴얼에는 없는 거였어요.
하나. 사진 받으면 사람부터 세라.
둘. 신고한 인원보다 사진 속 사람이 많으면, 그 건은 현장에 가지 마라. 서류로만 끝내.
셋. 혹시 가게 되더라도, 그 차 뒷문은 열지 마라.
업계 징크스 같은 건 줄 알았어요. 사고를 매일 보는 직업이니까 그런 게 하나쯤 있겠거니 했죠.
2022년 11월 셋째 주에 사건 하나가 들어왔어요.
새벽 2시 17분, 외곽 우회도로 단독 사고. 왕복 2차선에 가로등이 400미터에 하나 있는 길이에요. 렌터카 SUV가 커브에서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12미터 긁고 멈췄어요. 탑승자는 네 명, 전원 경상, 전원 입원. 네 사람이 요구한 합의금을 합치면 7천만 원이 넘었어요.
보험사 담당자는 처음부터 냄새를 맡고 있었어요. 같은 렌터카 업체 차가 같은 구간에서 3년 동안 사고를 일곱 번 냈대요. 보험사기 특별조사팀에서도 저희 보고서를 기다린다고 했어요.
사진을 열었어요. 경찰 사진 18장, 견인 기사 사진 23장.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왼쪽, 오른쪽. 네 명. 경찰 사진은 다 맞았어요.
견인 기사 사진 11번째에서 손이 멈췄어요.
뒷좌석 가운데에 남자가 한 명 더 앉아 있었어요.
고개를 푹 숙여서 정수리만 보였어요.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있었고요. 가운데 자리 안전벨트가 어깨에서 옆구리로 비스듬히 걸쳐져 있었는데, 목에 닿을 만큼 높이 올라가 있었어요.
처음엔 구경꾼이 유리에 비친 줄 알았어요. 새벽 사고 현장엔 꼭 누가 서 있거든요. 그런데 12번째, 13번째 사진은 각도가 달라서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었고, 14번째에 다시 그 사람이 있었어요. 같은 자세로요.
그러다 손을 봤어요.
11번째 사진에선 오른손을 주먹 쥔 채 무릎에 올려놓고 검지 하나만 펴고 있었어요. 14번째에선 두 개. 17번째에선 세 개. 20번째에선 네 개.
23번째, 마지막 사진에선 다섯 손가락을 전부 펴서 무릎을 짚고 있었어요.
다섯.
신고한 사람은 넷이었어요.
모니터를 과장님 쪽으로 돌렸어요. 과장님은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면서 입술로 셌어요. 23번째에서 멈추고 한참 가만히 있다가 이러더라고요.
"…세고 있네."
그리고 모니터를 제 쪽으로 도로 밀었어요.
"이건 서류로 해."
"왜요?"
"숫자 안 맞잖아."
그게 다였어요.
그런데 서류로 끝낼 수가 없었어요. 보험사가 현장 조사 보고서를 원했거든요. 차량 실내 사진이랑 블랙박스 원본까지요. 하필 과장님은 이틀 동안 지방 출장이 잡혔고, 팀장님은 "신입이 한번 가 봐, 사진만 찍어 오면 돼" 하셨어요.
솔직히 저도 가고 싶었어요. 사기 건을 잡으면 신입이어도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두 번째 규칙은 징크스라고 생각했어요.
차는 우회도로에서 20분 떨어진 공업사에 있었어요. 사장님이 과하게 친절했어요. 커피를 두 번이나 타 주면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사고 충격에 튀어 나가서 못 찾았어요" 하더라고요. 수리 견적서는 벌써 나와 있었어요. 2,380만 원.
SUV 앞범퍼는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고 에어백은 다 터져 있었어요. 운전석이랑 조수석을 찍고 뒷좌석을 찍으려는데, 창문 틴팅이 너무 진해서 안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뒷문 손잡이를 잡는데 과장님 목소리가 떠올랐어요. 그 차 뒷문은 열지 마라.
열었어요.
냄새가 먼저 났어요. 겨울 배수로 냄새요. 고인 물에 낙엽이 썩는 냄새.
가운데 자리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었어요. 버클 둘레에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고요. 네 명이 탔고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던 차에요.
풀어 보려고 버클 버튼을 눌렀어요. 안 풀렸어요. 벨트가 팽팽했어요. 누가 앉아서 몸으로 벨트를 밀고 있는 것처럼요.
손을 떼고 사진을 열두 장 찍었어요.
"다 찍으셨으면 문 닫으시죠."
공업사 사장님이 바로 뒤에 서 있었어요. 커피 탈 때랑 목소리가 달랐어요.
카메라 가방을 제 차 뒷좌석에 던져 넣고 출발했어요. 신호 대기에 걸렸을 때 방금 찍은 사진을 넘겨 봤어요. 가운데 자리엔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사진에서 어깨 벨트가 등받이에서 떨어져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가슴에 걸린 것처럼 둥글게 휘어서요.
다음 날은 병원에 갔어요. 입원한 네 사람 면담이요.
정형외과 6인실이었는데, 네 사람이 한 병실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요. 셋은 서른에서 마흔쯤 된 남자들이었는데, 침대 위에 판을 깔고 카드를 치고 있었어요. 입원 12일째라는 사람들치고는 혈색이 너무 좋았어요.
나머지 한 명은 스물두 살 남자애였어요. 도윤이라고 할게요. 혼자 창가 침대에 앉아서 이불을 무릎까지 덮고 있었어요.
좌석 위치를 하나씩 확인했어요.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왼쪽, 그리고 뒷좌석 오른쪽이 도윤이.
"가운데 자리는요?"
도윤이가 대답했어요. 생각할 틈도 없이요.
"가운데는 원래 아무도 안 앉아요."
카드 치던 사람들 손이 멈췄어요.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웃으면서 받아쳤어요.
"원래는 무슨 원래야. 그날 비어 있었다고요."
"그럼 차에는 몇 분 타셨어요?"
"네 명이요."
네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어요. 연습한 것처럼 박자까지 똑같이요.
나오면서 보니까 도윤이 오른손이 이불 위 무릎에 올라가 있었어요.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어요.
그날 밤엔 일부러 우회도로를 지나서 집에 갔어요. 사고 지점을 한 번 더 보고 싶었거든요. 새로 간 가드레일 12미터만 번쩍거렸어요.
제 차는 계기판에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상태가 좌석별로 떠요. 아무도 안 탔으면 세 칸이 다 꺼져 있어요.
사고 지점을 지나는데 뒤에서 소리가 났어요.
찰칵.
버클 채우는 소리요.
계기판을 봤어요. 뒷좌석 가운데 칸에 초록불이 들어와 있었어요. 착용.
백미러를 봤어요. 어두운 뒷좌석 왼쪽에 카메라 가방만 있었어요. 가운데는 비어 있었어요. 아니,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속으로 셌어요. 하나. 나. 그게 다여야 했어요.
집에 와서 시동을 끄니까 계기판에 '뒷좌석을 확인하세요'가 떴어요. 출발 전에 뒷문을 열었다 닫으면 원래 뜨는 알림이에요. 가방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벽에 휴대폰 진동에 깼어요. 차량 앱 알림이었어요.
[후석 승객 알림] 차량 내부에서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2시 17분이었어요.
주차장엔 안 내려갔어요. 아침에 가 보니까 가운데 벨트가 채워져 있었어요. 전날 밤에 제가 분명히 풀어 둔 벨트예요. 시트 가운데가 축축했고, 배수로 냄새가 났어요.
알림은 사흘 연속으로 왔어요. 매일 2시 17분에요.
과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온 날, 전부 말씀드렸어요. 현장에 간 것도, 뒷문을 연 것도요.
과장님은 화를 안 냈어요. 한참 저를 보다가 주차장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자기 차 뒷문을 열어 보라고 했어요.
가운데 벨트가 채워져 있었어요. 버클 둘레에 마른 진흙이 있었고요.
"3년째야."
3년 전 11월에 과장님도 같은 렌터카 업체 사고를 맡았대요. 같은 우회도로였고요. 신고 인원은 셋이었는데 사진 속엔 넷이 있었대요. 뒷좌석 가운데에 고개 숙인 남자가 한 명.
과장님은 넷을 셌지만 보고서엔 셋이라고 썼대요. 보험사는 빨리 끝내길 원했고, 연말이라 건수는 밀려 있었고, 사진 한 장 때문에 현장까지 가기엔 핑계가 부족했다고요.
2주 뒤에 지역 신문 구석에 짧은 기사가 났대요. 사고 지점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배수로에서 50대 남성 시신 발견, 신원 미상.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멍이 있었대요.
안전벨트 자국이요.
"알았어. 그 기사 보고 바로 알았어. 근데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때부터 과장님 차 뒷좌석 가운데 벨트가 채워지기 시작했대요. 풀어 놓으면 아침마다 다시 채워져 있어서, 나중엔 그냥 채워 둔 채로 다녔대요. 아무도 뒷자리에 안 태운 이유도 그거였고요.
"걔는 세어 주는 사람한테 붙어. 나는 세기만 하고 적지는 않았거든."
규칙 세 개는 신입들이 자기처럼 되지 말라고 만든 거였어요. 보지 말고, 가지 말고, 문을 열지 말라고.
과장님이 마지막에 한 말은 지금도 못 잊어요.
"사고 난 차엔 늘 사람이 타. 서류에 안 적혔을 뿐이지."
그날 보고서를 다시 썼어요.
탑승자 신고 인원 4명. 견인 당시 사진 23매 중 5매에서 뒷좌석 가운데 탑승자 1명 추가 확인. 신원 미상, 사고 후 행방 확인 불가. 3년 전 동일 업체·동일 구간 사고 사진과 대조를 요청함.
과장님이 같이 서명했어요. 그리고 3년 전 사진을 첨부했어요. 지우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대요.
일은 생각보다 빨리 풀렸어요. 보험사가 경찰에 넘기고 일주일 만에 도윤이가 먼저 진술했대요. 스물두 살이 감당하기엔 너무 오래 무서웠던 거죠.
렌터카 업체 사장, 공업사 사장, 병원 브로커가 한 팀이었어요. 3년 동안 일부러 낸 사고가 일곱 건이었고요. 사람이 모자라면 고시원을 돌면서 탑승자 명의를 샀대요. 한 번 타는 데 30만 원.
3년 전엔 고시원에 살던 쉰네 살 정 씨를 태웠대요. 가운데 자리가 제일 안전하다면서 거기 앉혔고, 벨트도 자기들이 직접 채워 줬대요.
그날은 너무 세게 박았어요. 정 씨만 크게 다쳤어요. 신분증도 없고 연고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병원에 데려가면 다 들통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구급차가 오기 전에 정 씨를 배수로에 내려놓았어요.
살아 있을 때요.
그리고 구급대원에게 "셋이요"라고 했대요.
도윤이 진술엔 이런 말도 있었대요. 그 뒤로 사고를 낼 때마다 가운데 벨트가 저절로 채워져 있었다고. 그래서 아무도 가운데엔 안 앉았다고. 그렇게 원래 아무도 안 앉는 자리가 된 거라고.
3년 동안 무연고 사망자였던 남자에게 이름이 생겼어요. 정○○. 보고서에도, 경찰 기록에도 그 이름이 올라갔어요.
그날 밤엔 2시 17분 알림이 안 왔어요.
다음 날 아침 주차장에서 과장님을 봤어요. 과장님 차 뒷문이 열려 있었어요. 가운데 벨트가 풀려서 제자리로 말려 들어가 있었어요. 3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어요.
과장님은 운전석에 한참 앉아 있다가 출근했어요. 저는 못 본 척했어요.
저는 석 달 뒤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마지막 날 과장님이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어요.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두 번째 규칙의 진짜 이유를 말해 줬어요.
"현장에 가지 말라는 거, 걔 하나 때문이 아니었어."
"……"
"세어 주는 사람이 누군지, 걔네끼리 알아."
그 뒤로 3년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 차도 바꿨고요.
그런데 지난주에 알림이 왔어요. 새 차에도 같은 기능이 있거든요.
[후석 승객 알림] 차량 내부에서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2시 17분은 아니었어요. 3시 4분이었어요.
이번엔 내려가 봤어요. 운전석 문을 여니까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어요. 뒷좌석 가운데 칸이 초록색이었어요.
뒷유리 안쪽에 김이 서려 있었어요. 거기에 손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어요. 주먹을 쥐고 검지 하나만 편 모양으로요.
하나.
자기도 한 명이라고요.
이번 사람은 사진이 없어요. 사고 번호도, 보고서도 없어요. 어디서 탔는지도, 누구인지도 몰라요. 제가 세어 줄 때까지 계속 탈 거라는 것만 알아요.
그래서 요즘도 사람 수부터 세요. 사진이 아니어도요. 엘리베이터에서, 버스에서, 지금 이 글을 쓰는 방에서도요.
숫자가 맞으면, 한 번 더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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