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저승넷이 AI와 함께 쓴 창작물입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CASE ID
HN-FIC-5번-E4A15F5
TYPE PATH
ROOT:/FICTION
DANGER
MEDIUM
LAST OPENED
18:00 KST
SOURCE
저승넷 AI 창작
STATUS
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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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도 숫자 버튼이 달린 리모컨을 보면 1이랑 2부터 봐요. 하얗게 닳아 있지 않은지요. 코인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고르기 전에 에코부터 0으로 내리고요.
그렇게 안 하면 안에서 누가 소리를 질러도 밖에서는 노래로 들린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몇 해 전에 휴학하고 수도권 대학가의 지하 코인노래방에서 야간 알바를 했어요. 그때 일이에요. 가게 이름이나 동네는 말하지 않을게요. 사람들도 성이나 호칭으로만 적어요. 사장님 근무 메모는 그때 휴대폰으로 찍어 둔 사진에서 옮긴 거라 사진에 찍힌 부분만 있어요. 날짜는 그해 늦가을이었다는 것, 그리고 화요일이었던 것 같다는 것 말고는 자신이 없어요.
면접은 오후 네 시에 카운터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봤어요. 사장님은 오십 대쯤 되는 남자였어요. 말이 빠르고 친절했어요. 시급 얘기, 마감 시간 얘기, 담배는 건물 밖에서 피우라는 얘기를 쭉 하다가 끝에 이렇게 덧붙였어요.
"5번은 내가 닦아. 리모컨도 그거 그대로 둬. 새거 줘도 손님들이 헷갈려해."
방은 여덟 개였어요. 요금은 천 원에 세 곡 정도였고요. 손님이 기계에 지폐를 넣거나 카운터에서 결제하면 관리 프로그램으로 그 방에 곡을 충전해 주는 식이었어요. 야간은 밤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였어요.
마감 순서는 금방 외웠어요. 손님이 다 나가면 방마다 들어가서 마이크를 소독 스프레이로 닦고, 일회용 마이크 커버 통을 채우고, 리모컨 건전지를 확인하고, 마지막에 관리 프로그램에서 방별로 전원을 내려요.
카운터 모니터 옆에는 사장님이 손으로 쓴 메모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어요. 제 사진에 찍힌 건 아래쪽 몇 줄뿐이에요.
마이크 커버 부족하면 창고 두 번째 칸
3번 우퍼 크면 볼륨 낮출 것
5번 에코 내리지 말 것. 손님들 좋아함.
첫날은 사장님이 같이 마감해 줬어요. 저한테는 1번부터 8번까지 다 시키면서 5번만 자기가 들어갔어요. 문에 난 유리창 너머로 보니까 마이크를 닦고 테이블을 닦더니, 나오기 직전에 문 안쪽 손잡이를 두어 번 돌려 보더라고요. 철컥, 철컥.
꼼꼼한 사람이구나, 하고 말았어요.
혼자 처음 마감한 게 그 주 목요일이었어요.
새벽 세 시 반쯤 마지막 손님이 나가서 방을 돌았어요. 5번은 사장님이 하니까 건너뛰려고 했는데, 전원이 아직 켜져 있어서 들어갔어요. 화면에는 신곡 광고 영상이 소리 없이 돌고 있었어요.
그런데 화면 위쪽 곡번호 입력칸에 숫자가 하나 떴어요. 1이었어요.
리모컨은 테이블 위 거치대에 꽂혀 있었어요. 방에는 저밖에 없었고요.
1, 2, 0, 0.
누가 천천히 누르는 속도로 한 자리씩 찼어요. 이 가게 기계는 곡번호가 다섯 자리라 11200도 그럴듯해 보였어요. 몇 초 뒤에 화면 가운데에 문구가 떴어요.
등록되지 않은 곡번호입니다.
입력칸이 비었어요. 조금 있다가 다시 1이 떴어요.
리모컨을 뽑아서 봤어요. 오래된 거였는데 1이랑 2 버튼만 하얗게 닳아서 숫자가 거의 안 보였어요. 숫자판 맨 아랫줄 가운데에 있는 0 버튼은 살짝 안으로 꺼진 것처럼 눌린 자국이 있었고요. 인기곡 번호가 1이나 2로 시작하나 보다 했어요.
사장님한테 전화했어요. 새벽 네 시가 다 됐는데 신호가 두 번 가자마자 받더라고요.
"5번 화면에 숫자가 혼자 떠요. 일일이공공이요."
"아, 그 일일이 뜨는 거."
사장님이 바로 말을 받았어요.
"그냥 둬. 기계가 오래돼서 그래. 지우지 말고, 취소 누르지 마. 전원만 내리고 가."
그때는 그냥 넘겼어요. 저는 곡번호처럼 일일이공공이라고 읽었는데, 사장님은 뒤의 0 두 개를 빼고 일일이라고만 했다는 걸요.
단골이 한 명 있었어요.
매주 화요일하고 목요일 밤 열한 시쯤 오는 사십 대 남자였어요. 늘 5번을 달라고 했고, 다른 방이 비어 있어도 5번이 빌 때까지 복도 의자에서 기다렸어요. 천 원을 넣고 들어가서는 노래를 안 불렀어요. CCTV로 보면 소파에 앉아서 화면만 보고 있었어요. 곡이 시간이 지나 다 빠지면 그냥 나갔어요.
주간 알바인 하 선배는 교대할 때마다 그 사람 얘기를 했어요.
"저 아저씨 좀 이상하지 않아? 나 같으면 신고해."
"뭐라고 신고해요?"
"몰라, 이상하잖아. 사장님은 착해서 그런 손님도 그냥 받아 주는 거고."
하 선배는 사장님 얘기만 나오면 편을 들었어요. 그리고 5번 에코는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제가 말하기도 전에 알고 있었어요. 메모 봤냐고 물었더니 "그냥 알아" 하고 말았어요.
그 무렵 눈에 걸린 게 하나 더 있었어요. 사장님은 5번이 개업 때부터 하나도 안 바꾼 방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마이크를 닦다가 보니까 5번 문 안쪽 손잡이만 반짝반짝했어요. 손잡이 둘레 방음 스펀지도 그 부분만 색이 달랐어요. 다른 데는 오래돼서 누렇게 바랬는데 거기만 아직 회색이었어요.
규칙을 깬 건 저였어요.
일요일 밤에 대학생 다섯 명이 와서 5번에 들어갔어요. 십 분도 안 돼서 한 명이 카운터로 나왔어요.
"번호가 자꾸 혼자 입력돼요. 노래를 못 고르겠어요."
들어가 보니까 입력칸에 1, 1, 2가 차 있었어요. 다섯 명이 다 저를 보고 있었고요. 저는 리모컨을 집어서 취소를 눌렀어요. 입력칸이 깨끗해졌어요.
그래도 미안해서 창고에서 예비 리모컨을 꺼내다 바꿔 줬어요. 마이크가 너무 울려서 목소리가 뭉개진다길래 에코도 중간으로 내려 줬고요. 학생들은 두 시간을 놀다 갔어요. 낡은 리모컨은 창고 서랍에 넣어 뒀어요.
다음 날 밤, 새 리모컨이 꽂힌 5번 화면에 또 숫자가 찼어요. 1, 1, 2, 0, 0.
새 리모컨을 집어 봤어요. 산 지 얼마 안 된 건데 1 버튼 위에 하얀 얼룩이 있었어요. 손때 같았어요. 문지르면 지워질 것 같았는데 안 지워졌어요.
노크는 그날 마감 때부터 났어요.
손님을 다 내보내고 카운터에서 정산하는데 복도 끝에서 소리가 났어요.
똑.
똑.
똑똑.
한 번, 한 번, 그리고 빠르게 두 번이었어요. 5번 쪽이었어요. 방 전원은 다 내린 뒤였어요. CCTV 모니터를 봤는데 5번은 비어 있었어요. 소파도, 테이블도, 거치대에 꽂힌 새 리모컨도 그대로였어요.
손님이 탬버린 치던 박자가 귀에 남았나 보다 했어요. 노래방에서 흔히 듣는 장난스러운 박자였거든요.
똑. 똑. 똑똑.
그게 이십 분쯤 이어졌던 것 같아요. 솔직히 박자는 확실한데, 그 사이에 몇 분이 지났는지는 자신이 없어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리가 났어요. 사흘째에는 건물 관리인 오 씨 아저씨가 내려왔어요. 1층에서 밤에 건물을 보는 분인데, 계단 쪽까지 울린다고요.
둘이 같이 카운터 모니터를 봤어요. 5번은 비어 있었고 관리 프로그램에서도 전원이 꺼져 있었어요. 그런데 똑, 똑, 똑똑, 할 때마다 문짝이 바깥으로 살짝 들썩였어요. 안에서 누가 미는 것처럼요.
아저씨가 직접 가서 문을 열었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아저씨는 한참 문 앞에 서 있다가 카운터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어요.
"몇 해 전에도 꼭 이 시간쯤 경찰이 왔었어."
"왜요?"
"지하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는데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근데 그날 누가 노래를 엄청 울리게 불러 대더라고. 소리만 웅웅 하고 가사는 하나도 안 들리는 거. 사장이 나와서 손님이 술 먹고 장난친 거라고 하니까 다들 그냥 갔지."
아저씨는 손목시계를 봤어요. 세 시 십 분쯤이었어요.
다음 날 일찍 출근해서 관리 프로그램의 이용 내역을 뒤졌어요. CCTV 녹화기는 한 달쯤 지나면 덮어써서 옛날 영상은 없었지만, 이용 내역은 매출 기록이라 몇 년 치가 남아 있었어요. 사장님이 정산 확인할 때 보라고 알려 준 메뉴였어요.
아저씨가 말한 그 무렵을 넘기다가 이상한 날을 하나 찾았어요. 영업이 끝난 뒤인데 5번에만 기록이 남아 있었어요.
05번 관리자 충전 01:52
05번 전원 OFF 03:12
창고에 종이 근무 일지가 몇 권 쌓여 있었어요. 같은 날짜를 찾아봤어요. 다른 날은 전부 알바들 글씨였는데 그날만 사장님 필체였어요.
CCTV 녹화 안 됨, 기사 부름
교대하러 온 하 선배한테 그 날짜를 보여 줬어요. 그날 야간이 누구였는지 아느냐고요.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야간 해 본 적 없어."
그러면서 일지를 몇 장 넘기다가 혼잣말처럼 그랬어요.
"그날도 사장님이 손님 없다고 나 일찍 들여보냈…"
선배는 거기서 말을 멈췄어요. 그러고는 가방을 챙기면서 오늘은 먼저 가겠다고 하고 나갔어요. 인수인계도 안 하고요.
그 주 목요일에 단골이 왔을 때 제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솔직히 무서웠어요. 하 선배 말대로라면 제일 이상한 건 이 사람이었으니까요.
"왜 맨날 5번만 쓰세요?"
단골은 저를 한참 보더니 되물었어요.
"이 방 리모컨, 바뀐 적 있어요?"
저는 대답을 못 했어요. 그 사람은 지갑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펴면서 말했어요.
"동생이 이 근처에서 연락이 끊겼어요. 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예요."
그러고는 5번에 들어가서 화면을 봤어요. 숫자가 한 자리씩 차오르는 걸요. 저는 카운터에서 CCTV로 그 뒷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을 믿어야 할지 사장님을 믿어야 할지 몰랐어요.
그다음 주 화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 마감하던 밤이었어요.
원래 리모컨을 돌려놓으면 노크가 멈출 것 같았어요. 사장님 말을 처음부터 다시 지키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창고 서랍에서 낡은 리모컨을 꺼내 5번에 들어갔어요. 휴대폰은 충전기에 꽂아 카운터에 두고요.
새 리모컨을 빼고 낡은 걸 거치대에 꽂는데 뒤에서 문이 닫혔어요. 천천히, 끝까지요.
손잡이를 돌렸어요. 헛돌았어요. 걸리는 느낌도 없이 빙빙 돌기만 했어요. 어깨로 밀어도 꿈쩍도 안 했어요. 문을 두드렸는데 방음 스펀지가 소리를 다 먹었어요.
그때 반주기 불이 꺼졌어요. 화면도 조명도 같이요.
깜깜한 데서 손에 쥔 거라고는 리모컨밖에 없었어요. 저도 모르게 그걸 휴대폰처럼 쥐었어요. 엄지가 숫자판 맨 윗줄 왼쪽을 찾았어요.
1, 1, 2.
그리고 엄지가 아래로 내려갔어요. 휴대폰이었으면 통화 버튼을 누르러 가는 자리였어요. 숫자판 맨 아랫줄 가운데, 거기에 0이 있었어요. 한 번 눌렀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한 번 더 눌렀어요.
0, 0.
화면이 켜졌어요.
등록되지 않은 곡번호입니다.
그때 알았어요. 노래 번호가 아니었어요. 누군가 이 깜깜한 방에서 휴대폰도 없이, 이 리모컨을 휴대폰인 줄 알고 쥐었던 거예요. 112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찾느라 0을 두 번 누르고. 몇 번이고요. 1이랑 2가 하얗게 닳을 때까지요.
그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면요. 에코가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면요. 복도에서는 술 취한 누가 노래하는 걸로 들렸겠죠.
저는 문을 두드렸어요. 한 번, 한 번, 빠르게 두 번.
문을 열어 준 건 단골이었어요. 그날이 화요일이라 늦게 왔다가 카운터가 비어 있어서 복도로 들어왔대요. 바깥 손잡이를 돌리니까 문은 그냥 열렸어요.
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어요. 단골이 제 손에서 리모컨을 빼서 화면 불빛에 비춰 봤어요. 닳은 1이랑 2를 엄지로 오래 쓸었어요.
"방음 잘되는 방이 무서운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안에서 나는 소리를 노래인 척 들은 사람들이 무서운 거지."
카운터에 앉아 있는 동안 앞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다시 떠올랐어요. 사장님이 매일 5번 안쪽 손잡이를 두어 번 돌려 보던 거요. 그건 청소 습관이 아니었어요. 이제는 안에서 열린다는 걸 확인하던 거였어요. 그 손잡이만 새것이었던 이유도 같았어요. 에코 내리지 말 것, 손님들 좋아함. 똑, 똑, 똑똑. 일, 일, 이.
단골은 제가 찍어 둔 이용 내역 사진하고 근무 일지 사진을 달라고 했어요. 줬어요. 그 사람이 그걸 어디로 가져갔는지는 몰라요.
다음 날 사장님한테 기록 얘기를 꺼냈어요. 01시 52분, 03시 12분, 기사 부름.
사장님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5번에 들어가서 리모컨을 다시 바꿔 꽂고, 에코를 끝까지 올렸어요. 나오면서 문 안쪽 손잡이를 두 번 돌려 봤어요. 철컥, 철컥.
저는 그 주에 그만뒀어요. 하 선배는 연락이 안 됐어요. 가게는 다음 달에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고, 5번 부스는 철거했다는 얘기만 오 씨 아저씨한테 전해 들었어요. 사장님이 어떻게 됐는지, 그 방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몰라요.
몇 주 뒤였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봤는데 최근 통화 목록 맨 위에 이런 게 있었어요.
112 발신 03:12 · 0:07
저는 그 시간에 자고 있었어요. 키패드 화면을 열어 보니 입력칸에 00이 남아 있었어요. 지워도 다시 열면 또 있었어요.
그 7초 동안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저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어요.
요즘 휴대폰 보호필름이 조금씩 일어나요. 1이랑 2가 있는 자리만 하얗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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